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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

결국, 계류 유산(임신 8주차)

by Betweenus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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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심정지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새로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유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 받았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어 왔다고 말씀드리니 바로 초음파를 봐주셨다. 2주가 지나서 뱃속 아기의 형태가 보였다. 대충 머리와 몸통은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짝 반짝 뛰던 심장이 보이질 않았고, 아무런 미동도 없는 아기의 모습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고, 초음파를 열심히 보셨다. 자세히 보겠다는 말씀과 함께, 숨 소리만 들리는 초음파실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그 동안 아기가 자라지 않았고 뛰던 심장도 멈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주동안 맘 카페, 블로그를 다 뒤져가며 7주자 초음파, 8주차 초음파, 아기 심장소리, 아기 집 모양 등 샅샅이 찾아다녔던 덕분이었다. 거의 10주가 코 앞 인데 내가 봐 온 초음파 상의 아기들과, 내 뱃속의 아기의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유산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진료실에서 설명해주겠다고 하신 의사 선생님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들었다. 임신 초기 유산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고, 2번 이상 반복 될 확률은 현저히 적으니까 몸 조리 잘하고, 다시 준비하자고. 엄마, 아빠의 문제보다는 아기 문제로 유산되는 경우인 거니까 빨리 치료(소파 수술)하고, 회복하는게 좋겠다고. 아기의 심장이 1주일 정도 뛰었다가, 멈춘 것 같다고 하셨다. 주수로는 임신 10주차 진입이었는데, 아기의 크기는 임신 8주차에서 정지 상태.
 
진료실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서 의사 선생님 말씀만 조용히 듣다가 나왔다, 대기실에 나와서 소파 수술 안내를 받을 때도. 임산부들이 가득한 대기실의 그 공기가 너무 어색했다. 수술을 앞두고 피 검사를 받아야했고, 진료비도 내야했다. 모든 절차를 다 밟고, 차에 타서야 눈물을 흘렸다. 이 와중에 코로나 검사도 받아야했다. 오빠와 함께 보건소에 가는 길에서도 울고, 보건소에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오빠도 울고, 나도 울었다. 코로나 검사 후 집에 돌아가는 길 양가 부모님께 전화로 유산 사실을 알려드렸다.
 
유산 진단 받은 것이 금요일, 소파술 예약일은 그 다음주 월요일이었다. 금, 토, 일... 지옥같은 주말을 보냈다. 맘 카페에 글도 올렸고, 바로 얼마 전에 임신 사실을 알렸던 지인들에게 다시 유산 사실을 알렸다. 정말 믿고 싶지 않았고, 계류유산 오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아직도 입덧을 하고 있었다. 눈 감았다 뜨면 내가 유산 한 사실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런데 꿈이 아니고, 현실임을 직시하는 순간 눈물이 멈출 수 없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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