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경험이 바로 '임신'이다. 우리 부부는 신혼 6개월이 넘어서 아기를 갖기로 계획 했다. 그러나 현재 결혼 2주년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다. 내 인생에서 이토록 슬퍼한 적이 없었는데,첫 아이를 유산하고서 정말 힘들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생각하려고 애써도 그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무뎌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시간이 해결해줬다.
내가 아기를 임신하고 유산하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던 지인들이 하나 둘 출산을 하고 있다. 태어난 아기가 귀엽고 예쁘긴 했지만, 한 편으론 마음이 먹먹하고 무거웠다. 그래도 임신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부부에게 어여쁜 2세가 찾아올 때까지 편히 기다리는 수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책을 한 권 빌려 읽고 있는데 임신 자체도 새로운 세계였지만,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겪는 건 더 미지의 세계인 것 같다. 이 책을 괜히 빌렸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 읽고 아기를 갖기가 더 무서워지는거 아닐까? 해서...
누군가는 임신이 어려워서 시험관, 인공 수정으로 시도하고, 또 누군가는 나 처럼 임신 이후 반복 유산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임신을 유지하면서도 기형아, 조산, 합병증 등등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결혼하고 유산을 겪기 전까지는 몰랐다. 원한다면 언제든 아기를 가질 수 있고, 결혼하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렵게 아기를 가진 가정이 더 많다. 그래도 유산을 겪었을 때는 내 아픔이 그 누구의 아픔보다 더 컸다. 지금도 이 슬픔과 상실감을 편히 털어놓기는 어렵지만, 많이 견뎌냈다고 느껴진다.
유산을 겪은 부부들에게는 다음에 찾아 올 아이가 더 소중하고 귀하기 마련인데, 내가 겪은 경험이 물론 아프고 상처이지만, 이 아픔 속에서 느낀 것들이 날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또 우리 부부에게 찾아 올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생명인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왕 겪은 아픔,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2년 만에 찾아 온 이 블로그에 경험담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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